기사 순서
[ALM 논란]➀ “ALM 관리 못하면 장기보험 팔지 말라”…금감원, 보험업계에 강력 규제 예고

[ALM 논란]② CSM-ALM 딜레마에 빠진 보험사
[ALM 논란]③ 사면초가 보험사...금융당국 건전성 규제 속도조절할까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ALM(자산·부채 종합관리) 미흡 문제를 지적하며, 해당 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보험사에 대해 장기보험 판매를 제한하는 강도 높은 규제안을 내놨다. 보험업계는 ‘과도한 간섭’이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금감원, ALM 관리 강제 수준의 조치…보험업계는 ‘당혹’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원장 직무대행)은 ‘보험회사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에 대해 전 보험사 CEO의 서명을 받았다. 이는 ALM 관리에 대한 금감원의 사실상 강제적 개입으로 해석된다.

이번 업무협약은 지난 7월 1일 개최된 ‘보험산업 건전성 강화 TF 제1차 회의’의 후속 조치로, 보험업계의 자산·부채 불균형 리스크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에 따르면 각 보험사는 금리 하락, 경기 침체,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에 대비해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잔존만기) 갭을 스스로 점검하고, 일정 기준 이상으로 벌어질 경우 자발적으로 판매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즉, ALM 관리가 부실한 보험사는 향후 장기보험 상품 판매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지=쳇GPT

◆ 규제가 초래할 변화…장기보험 상품 설계 위축 우려

이번 협약은 보험사의 자산·부채 듀레이션 관리 수준에 따라 상품 설계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듀레이션이 긴 장기보험 상품(예: 90세, 100세, 110세 등 세만기 상품)은 자산운용에 장기간 리스크를 유발하므로, 금감원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는 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곧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보험은 일반적으로 보험계약마진(CSM, Contractual Service Margin)이 크기 때문이다.

CSM은 보험계약에서 예상되는 순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하며, 상품의 만기가 길수록 더 많은 보험료가 누적되기 때문에 높은 마진을 창출할 수 있다. 반면 3년, 5년, 10년 만기의 단기 상품은 이익률이 낮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워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짧은 상품은 저금통에 돈을 적게 채워 넣는 것과 같다”며 “CSM이 낮아지면 보험사의 장기적 이익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극화 우려

이번 조치로 인해 보험사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 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대형 보험사는 ALM 관리를 충실히 이행해 장기보험 상품을 계속해서 판매할 수 있지만,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중소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ALM 전문 인력 확보가 용이한 대형사는 이번 규제를 기회로 삼아 장기보험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며 “반면 ALM 시스템이 미흡한 중소형사는 수익성이 낮은 단기상품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현재 보험사의 듀레이션 갭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며, 각 보험사로부터 관리 기준안을 제출받고 있다. 향후 자산운용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ALM 기준을 점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 보험사에 ‘ALM 역량’이 곧 생존력

이번 금감원의 조치는 보험산업 전반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경고’로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보험사의 경영 전략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고객 보호와 보험산업의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가 이번 협약을 일시적인 규제가 아닌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 수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ALM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