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보험대리점(GA) 지점장 등을 상대로 ‘이직’을 미끼로 금전을 받아 잠적하는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조직 확장을 서두르는 지점장들의 리크루팅 수요를 파고든 것이다. 수천만원을 송금했다가 연락이 끊긴 피해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윤모씨는 대전·청주·제천·대구 등지를 돌며 이직을 빙자한 금전 사기를 벌였다. 그는 자신을 현업에 있는 설계사로 소개하며 “이전 조직에서 받은 DB(고객정보) 수급비용을 정산해야 설계사 코드가 정리된다”며 “정산이 끝나는 대로 팀원들과 함께 합류하겠다”고 지점장들에게 금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챗GPT]

윤모씨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신분증 사본 등 신상 서류를 제시해 신뢰를 얻은 뒤 현재 임차 중인 사무실 보증금이 빠지는 대로 상환하겠다며 추가 안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접근 전에 대상 조직의 블로그와 사무실 위치, 구성원 정보를 면밀히 조사해 실제 이직을 준비 중인 설계사처럼 행동했다.

일부 지점장은 리크루팅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질권 설정이나 보증보험 가입 없이 돈을 송금했다. 피해자 중에는 수천만원을 건넨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모씨는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끊었고 '곧 갚겠다'는 문자만 남긴 채 잠적했다. 업계에서는 그가 지역을 옮겨 새 명함을 만들고 동일한 방식으로 사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점장 간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크루팅 과정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틈을 노린 전형적인 금전 편취 사례”라고 짚었다.

현재 일부 피해자는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다. 다른 피해자들은 전자소송과 통장 압류 등 민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일부라도 변제금을 받으면 가해자의 변제 의도가 인정돼 사기죄 성립이 어려워진다”며 “형사 사건이 민사로 전환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GA 리크루팅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리크루팅 시장은 정보 비대칭이 있고 개인 간 거래가 많아 사기에 취약할 수 있다”며 “금전 거래를 전제로 한 리크루팅 제안은 반드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피해자는 “같은 수법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접근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업계 전반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