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제27회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위원회의 ‘사망보험금 유동화’ 정책에 대해 “좋은 제도 잘 만들었다”고 칭찬했다고 합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방안은 저소득 고령층의 사후소득인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그렇다고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 가입해둔 종신보험을 활용하는 것이지요.

지난해 말 기준, 사망보험금을 유동화 할 수 있는 종신보험 계약은 33만9000건이며 규모는 11조9000억원이라고 합니다. 숫자만 얼핏 보면 엄청난 듯 합니다. 그래서 실제 노후자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것처럼 보이지요. 그러니 대통령도 극찬을 했겠지요. 그러나 정말 실효성이 있을까요?

[이미지=쳇GPT]


◆ 유동화 신청하면...수령금액은 월 6만원 남짓

유동화 신청 대상자는 ❶만 65세 이상이면서 ❷금리확정형 종신보험 완납을 해야 하고 ❸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해야 하며 ❹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없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다만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해도 사망보험금 9억원 이상자는 제외합니다.

금융위 보도자료에는 사망보험금 1억원을 보유한 계약자(40세 가입, 20년 납, 월납보험료 15.1만원, 예정이율 7.5%)를 예시로 들었죠. 이 계약자가 65세에 20년 동안 받는 사망보험금의 70%를 받는 유동화를 신청하면 월평균 18만원(총 수령액 4370만원)을 받고 사망보험금으로 또 3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죠.

[표=금융위원회]


그런데 금융위가 밝힌 대상 계약 약 33만9000건에 대상 규모가 11조9000원을 나누면 실제 가입자 평균 사망보험금은 예시보다 6500만원 적은 3500만원에 그치죠. 즉 평균적으로 20년간 18만원을 받는 게 아닌 그 3분의 1 수준인 6만원 남짓을 받게 된다는 계산입니다. 생활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이죠. 정말 다수의 저소득 고령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요?

◆ 보험계약대출 아닌 중도인출로 유동화한다면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해서 노후자금 등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을 활용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밝혔죠.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보험계약대출과 달리 ❶증가하는 추가 이자부담이 없고 ❷대출을 상환할 의무가 없으며 ❸향후 사망보험금 일부가 남아 있다는 장점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예시로 보험계약대출 이율을 9%로 가정한 예시표를 올렸죠.

[표=금융위원회]


매월 20만원을 20년간 사망보험금 유동화, 보험계약대출로 이용할 경우를 가정했어요. 20년 경과 시점에 유동화는 3000만원이 남지만 보험계약대출은 이자로 4416만원이 지급돼 잔존 사망보험금은 697만원 뿐이라고 설명했죠.

그런데 종신보험에 적립된 자금을 유동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중도인출도 있죠. 그리고 중도인출 수수료율은 각 상품마다 다르지만 통상 2% 이하입니다. 가령 매월 중도인출 수수료 2%를 부담하고 20년간 20만원을 중도인출(총 중도인출금액 4800만원)하면 중도인출 수수료는 96만원(월 4000원)입니다. 그런데 적립금은 여전히 5200만원이 남아 있죠.

어!? 가장 유리한 것은 중도인출 방법일 수도 있겠네요. 또 중도인출 수수료는 각 상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2%가 높은 편이기도 하거든요. 만약 중도인출 수수료가 1%라면, 가입자는 48만원만 부담하면 됩니다.

◆ 사망보험금 유동화...왜 중도인출보다 불리하지?

사망보험금 유동화보다 중도인출이 유리한 이유는 보험사가 유동화하면서 예정이율만큼 시간가치(현가화)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예시대로라면 사망보험금 유동화 수수료는 7.5%가 되는 셈이죠. 이는 중도인출수수료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물론 예정이율도 각 상품마다 판가입한 시기마다 다 다르긴 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중도인출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낼 수는 없습니다. 가입자가 유불리를 따져봐야 하는 거죠.

◆ 대형 생명보험사에게 도움되는 정책?

사실 보험사는 과거에 가입한 확정고금리 상품을 떨어내고 싶어 하죠. 지난 2023년에 회계기준(IFRS17)이 바뀌고 보험부채도 시가평가 한다지만, 그래도 실질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요. 금융위가 예시로 든 예정이율 7.5%의 상품을 빨리 떨어낼 수 있다면 그만큼 금리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거죠. 부채 감소도 되는 것이고요.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저소득 고령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은 보험사, 특히 대형 생명보험사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를 도입했다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죠. 그러나 이런 얘기를 하면 보험사는 억울해합니다. 해당 제도가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죠.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할 수 있는 대상 계약이 33만9000건인데 이중 얼마나 신청을 할 것이냐는 거죠. 고작 월 6만원 정도를 더 받기 위해서요.

결론은 금융위의 치적일 뿐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거듭 칭찬까지 했다면, 금융위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