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관리에 비상이다. 롯데손해보험 이야기다. 후순위채 조기상환 지연에 따른 신뢰 추락은 물론 시장금리 하락에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까지 '삼중고'에 직면했다. 지급여력비율이 더 낮아지면 대주주인 빅튜라 지분이 강제 처분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경영권 변동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마이너스(-) 1.56%를 기록했다. 사실상 지급여력 대부분을 손실흡수성이 낮은 보완자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시점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발행잔액은 8063억원에 달한다.

[사진=롯데손해보험]

금융당국은 보완자본 중심의 자본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규제를 예고한 상태다. 핵심은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에 대한 규제 도입이다. 업계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규제비율 수준은 30~50%다. 이에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확충이 시급해졌다는 분석이다.

보완자본을 포함한 전체 지급여력비율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경과조치 적용 후 지급여력비율은 154.59%였지만, 이마저도 보험사 중 유일하게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에 낙관적 가정(예외모형)을 적용한 결과다. 당시 회사도 금리가 0.5%p 하락할 경우 지급여력비율이 14%p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5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말 2.76%에서 12일 현재 2.45% 수준까지 0.31%p 하락해 지급여력비율 악화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달 논란이 된 기발행 후순위채의 조기상환 문제도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후순위채 발행 5년 시점에 콜옵션을 행사해 상환하는 것이 관례지만, 롯데손보는 보험업감독규정상 조기상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상환을 시도해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결국 회사는 상환을 보류하고 자본 확충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외부 조달이 원활할지는 미지수다.

또 롯데손보는 내년 12월 4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2027년 9월 14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에 대해서도 조기상환 일정이 예정돼 있다. 기본자본 규제 도입과 금리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큰 폭의 지급여력비율 개선 없이는 이들 채권의 조기상환 이슈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

게다가 최대주주인 빅튜라가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77.04%)은 지난해 인수금융 차환을 위한 주식근질권설정 계약의 담보로 묶여 있다. 당시 빅튜라는 선순위 3750억원, 중순위 900억원 등 총 4650억원을 조달하면서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했다. 계약에는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이 125%를 밑돌 경우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 이 경우 채권자는 만기 전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거나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어 경영권 변동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까지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자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지급여력 악화로 투자 수요가 저조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보험사 특성상 선순위인 보험계약자 보호가 우선이므로 현재로선 외부 자본 조달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급여력비율이 악화돼 EOD 사유가 발생할 경우 최대주주인 사모펀드가 펀더멘털 등 실익을 따져본 결과 추가 자본을 조달하는 대신 손실을 감수하고 엑시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기상환 요건인 지급여력비율 150%가 올해 130%로 완화될 예정"이라며 "다음 상환까지 약 1년 6개월의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손보로선 이 기간 동안 영업이익 개선을 통한 지급여력 개선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후순위채 조기상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감독규정에 따르면 후순위채 조기상환 후 킥스비율이 150% 이상인 경우에만 감독원장의 승인 아래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150% 미만인 경우에는 자본적 성격이 더 강한 자본조달로 대체를 명확히 입증하는 등 특정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당국은 이 기준을 130%로 낮추는 감독규정 개정을 오는 3분기까지 완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