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보험 시장에서 삼성생명의 존재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출시한 담보를 손해보험사들이 잇따라 벤치마킹하면서 상품 이슈를 주도하는 흐름마저 감지된다. 손보사와의 경쟁에서 시장 내 위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내달 중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 특약’을 출시할 예정이다.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도 유사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삼성생명]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 특약은 지난 3월 삼성생명이 업계 최초로 선보인 상품이다. 피보험자가 암, 기타피부암, 갑상선암으로 확진되고 그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를 받을 경우 정액 보험금을 지급한다.

신규 특약 출시 이후 삼성생명의 해당 특약이 포함된 The라이트건강보험 판매 실적이 단 이틀 만에 10억원(월초보험료 기준)에 달했다는 후문도 돌고 있다.

한 보험상품 전문가는 “지난 수년간 손보사 상품을 생보사가 벤치마킹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반대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삼성생명이 제3보험 시장에서 위상을 크게 키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생명의 건강보험 집중 전략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보험계약마진(CSM)잔액은 12조9020억원이다. 이 중 건강보험은 7조969억원으로 전체의 55.0%를 차지했다. 이는 2023년 말(45.6%) 대비 약 10%p 상승한 수치다. 2023년 건강보험 CSM이 5조583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회사가 수익성 중심의 건강보험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건강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올해 초 진행된 2024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건강보험 상품 비중을 70%까지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권을 불문하고 건강보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CSM배수 하락을 방어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CSM배수는 신계약에서 발생한 CSM이 월납환산초회보험료의 몇 배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고마진 상품임을 의미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손보사들이 장악해온 건강보험 시장에 생보사들의 진출이 활발해졌다”며 “경쟁 심화로 인한 CSM배수 하락 등 수익성 감소를 방어하는 것이 향후 보험사들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항암중입자방사선치료는 전리화된 중이온을 빛의 70~80% 속도로 가속해 암세포를 직접 조사하는 첨단 방사선치료다. 파동을 이용한 방사선 치료보다 치료 효과가 뛰어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다. 고가의 비급여 항목인 만큼 환자 본인 부담도 크다. 다만 오는 2027년 부산 기장에 서울대병원 중입자치료센터가 가동될 예정이므로 대기 시간 단축과 치료비용 인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