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공시이율 예실차 회계 처리 방식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회신에 따라 예상부리이율법(PCR법) 재적용을 위해서다. 회계 처리 방식 변경으로 인한 금액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진법 적용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NH농협생명과 IBK연금보험은 공시이율 예실차 시스템 개선 컨설팅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제출했다. 금감원 회신에 따라 기준서에 부합하는 PCR법 적용 방안을 마련하고 부채 및 재무결산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절차다. 삼성화재도 외부 회계법인과 함께 PCR 시스템을 구축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언스플래시]
이들 보험사는 회계처리 변경에 따른 재무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금감원 회신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외부 회계법인과 공동으로 PCR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기존 회계처리 방식과 금감원 회신 방법론에 따른 결과 차이가 유의적이지 않아 올해 전진법으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H농협생명 관계자도 "내달부터 PCR법 적용을 위한 전산 개선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일부 실무적인 계산 방식을 수정하는 정도이므로 재무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처리 변경으로 인한 금액 차이가 크면 소급법을, 크지 않으면 전진법을 적용할 수 있다. 앞서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은 지난해 결산에서 회계처리 방식 변경을 반영하면서 소급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34억원, 396억원 감소했다. 다만 기타포괄손익(OCI) 증가로 총포괄손익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번 시스템 개선은 지난해 말 금감원이 직접참가특성이 없는 금리연동형 보험계약의 공시이율 예실차 회계처리에 대한 보험업계의 질의에 회신하면서 본격화됐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당기 중 발생한 공시이율 예실차를 전액 당기손익(PL)으로 회계 처리하는 게 오류라고 판단, 해당 금액을 PL과 OCI로 체계적으로 배분하라고 주문했다.
공시이율은 계약자적립금에 적용(부리)되는 이율이다. 공시이율 예실차는 금감원이 제시한 예상 공시이율과 보험사가 실제 상품에 적용하는 공시이율 간의 차이다. 이 차이로 인해 보험부채가 변동하면 보험금융손익으로 반영된다. 공시이율 예실차는 보험금융손익 구성 요소인 금융위험 및 그 변동효과에 해당한다.
국제회계기준(IFRS17)은 보험금융손익을 전부 PL로 처리하는 방식(PL법)과 PL과 OCI에 체계적으로 나누는 방식(OCI법)을 모두 허용한다. 유럽 보험사들은 PL법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전부 OCI법을 채택하고 있다.
OCI법은 다시 유효수익율법(EY법)과 PCR법으로 나뉜다. EY법은 보험금융손익 전부를 OCI로 처리하고, PCR법은 PL과 OCI로 적절히 배분한다. 두 방식 사용시 총포괄손익은 동일하지만 연도별 PL과 OCI에서 차이가 생긴다.
국내 보험사 중에선 교보생명,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흥국생명이 온전한 EY법을 사용해왔다.
문제는 나머지 보험사들이다. 이들 다수가 EY법을 채택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공시이율 예실차를 전액 PL로 처리해 회계 처리에 오류가 있었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할인율 변동 효과와 공시이율 예실차 효과를 동일하게 회계 처리하라는 게 기준서의 원칙"이라며 "대부분 보험사가 할인율 변동 효과는 OCI로, 공시이율 예실차 효과는 전액 PL로 회계처리해 기준서 원칙에 어긋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이율 예실차로 인한 보험금융손익을 EY법에 따라 OCI로 처리하거나, PCR법에 따라 PL과 OCI에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IFRS17 도입 시점부터 이미 기준서에 부합하는 PCR법을 적용해왔기 때문에 달리 시스템 개선은 하지 않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 대다수 보험사들은 EY법 채택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